‘블로그에 뭘 써보면 좋으려나. 뭘 쓰기 시작하면 꾸준히 쓸 수 있으려나.’ 고민하다가 나의 고양이 [도도] 이야기를 기록해보기로 했다. 길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와 집사가 된지 이제 겨우 70일차인 나는 당연하게도(?) 여전히 고양이를 잘 모른다. 또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매일매일 느끼고 있다. 나의 도도한 고양이 도도의 일상도 기록하고 더불어 고양이에 대한 여러 정보들과 공부한 것들을 기록해 볼 생각이다. 나와 같은 초보 집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아! 도도의 이름은 집에 들이고 지어준 이름으로 (처음에 길에서 밥을 줄땐 예쁜이라고 불렀다.) 너무 도도해서 도도라고 지었다.)
오늘은 고양이 도도 이야기의 첫 글이니만큼 나와 함께 지내고 있는 도도를 소개하고 가족이 된 과정(?)들을 남겨보려고 한다. 도도는 내가 사는 동네를 떠돌던 길고양이었다. 처음 본 건 2021년이었던 것 같은데 사람 가까이 오질 않아 정식으로(?) 밥을 챙겨주기 시작한 것은 2022년 8월이었다. (이때 내가 코로나에 걸린때라 가끔 답답해서 마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그때부터 완전 가깝지는 않지만 사람 근처에 오기 시작했었다.)
도도가 사람을 무서워하고 가까이 오지 않는데는 이유가 있었는데 아마도 덫에 걸려 왼쪽 앞발이 잘렸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한다. 덫에 걸렸던 걸 직접 본 것이 아니고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이다. 안동네 사람들 말로는 누가 고양이를 잡기 위해 덫을 놓은거라고 하셨는데 부디 그 목적은 아니었길ㅠ 잘못된 소문이길 ㅠㅠ 동물병원에 가서 찍은 도도의 엑스레이 사진을 봤을때도 날카롭게 사선으로 잘린 뼈 모양이 길생활에서 다친 것임을 추측할 수 있게 했다.
또 사람을 경계하는게 심한 것이 그 추측에 좀 더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같이 오는 다른 고양이(집이 있는 것으로 추측) 한마리는 완전 개냥이라 배를 만져도 가만히 있고 살짝만 만져도 골골송을 우렁차게 불러댔다. 그런데 도도는 사료를 줘도 가까이 절대 안오고 츄르도 외면했다. 먼 곳에 사료를 놓아 주면 한참 경계하다가 허겁지겁 먹고 가고 츄르도 짜면서 먹이지 못하고 그릇에 담아줘야 핥아먹고 사라졌다. 매일 밥을 챙겨주니 나는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도도는 여전히 도도했다.
밥을 챙겨주면서도 도도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어느날 도도가 똥싸는(읭?갑자기 똥ㅎㅎ) 장면을 목격(?)하고 데려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도도가 똥을 싸고나서 끝이 잘려 없는 앞발로 힘들게 흙은 묻는(묻으려고 하지만 그 쪽 발로는 흙이 잘 안 묻히는…) 장면을 보니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든 것이다. 마음은 먹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데려올 수도 없고 며칠 정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고민에 고민 끝에 데려오겠다고 다짐을 했다.
도도를 데려오기에 앞서 우선 같이 사는 동생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고양이 영상을 찾아보니 밤에 우다다를 할 수도 있고 낯선 환경이라 초반에 크게 울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도도가 굉장히 예민하고 사람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불편을 감수해야하는 동생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다행히 같이 밥 챙겨주며 정이 들었고 동생들도 모두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다고 했어서 설득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엄니는 처음엔 반대하셨는데 짠한 마음이 있으셨는지 고민 끝에 허락해주셨다. 허락을 받고 바로 병원에 데려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우선 포획을 해야하니까 급한대로 켄넬부터 주문했다. 여기서 한 가지 실수를 했는데 그건 바로 ㅎㅎ 자동으로 닫히는 문이 아닌 고양이가 들어간 후에 사람이 문을 닫아야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사람 곁에도 잘 안오는데 내가 문 앞을 지키고 있는 켄넬 안에 들어갈리 만무했다. 맛있는 냄새가 나는 캔사료로 유혹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결국 쇠철장 같이 무시무시하게 생긴 포획틀을 다시 주문했다. 이 포획틀은 고양이가 안쪽에 둔 미끼(츄르~~~)를 먹으러 들어갔다가 발판을 밟으면 들어온 쪽의 문이 닫히는 구조였다. 구매 후기를 읽어보니 묻이 닫히는 소리에 놀라서 고양이들이 날뛰다가 다칠 수 있다고 했다. 겁나서 바로 검은 테이프와 집에 굴러다니는 끈으로 날카로운 부분들을 다 감싸서 정리했다. 밤새 감아서 정리하고 다음날 바로 설치를 했다. (낯설지 않게 밥 놔주는 곳에 포획틀을 두었다.)
‘얼마전에는 플라스틱 켄넬을 설치하더니 이번에는 쇠냄새가 폴폴 나는 포획틀을 설치하네?’ 이런생각을 도도가 했으려나? ㅎㅎ 포획틀에서 쇠냄새가 나는지 츄르를 한 가득 짜뒀는데 근처에도 안왔다. 엄니의 아이디어로 입구에서부터 그릇까지 츄르를 짜뒀더니 그거 핥아먹으면서 들어가서 잡혔다!! 틀 설치 1시간 만에 잡힌 것이다. 유툽 영상들 보면 막 난리치고 나가려고 하던데 도도는 하악질과 겁먹어서 내는 울음 소리를 내긴 했지만 밖으로 나가려고 틀에 몸을 부딪히지는 않았다.
담요로 덮어서 집에 들였고 동물 병원에 바로 전화를 했다. 사나운 길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이 가능한지.(도도는 삼색이로 암컷이다.) 앞다리를 다친 것. 집에서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검사 등 몇가지를 여쭤보고 이틀 뒤로 예약을 잡았다. 수술을 기다리며 집에 있는 동안 화장실 실수가 몇 번 있었지만(바닥과 이불… 내 침대 매트리스… 젖어서 대형폐기물 신청해서 버림 ㅋㅋㅋ) 고양이 화장실에 벤토 모래 담아서 바닥에 싼 똥 집어다가 넣어뒀더니 그 이후로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실수가 없었다. 기특해라 ㅠㅠ 집에 들인 첫날 구석에서 웅크리고 자면서 어찌나 코를 골던지 ㅠ 길생활이 참 힘들었을거다..
수술 당일 생각보다 켄넬에도 얌전히 들어가줬다.(혹시 물릴까봐 두꺼운 장갑을 꼈다.) 직접 손으로 만지는 것보다 도톰한 수건이나 담요로 몸쪽을 덮어 켄넬 안으로 밀어 넣는 방법을 추천한다. 포획에는 실패했지만 이동장으로서의 역할은 제대로 하고 있는 켄넬이다. ㅎㅎ 수술은 원주 무실동에 두루동물병원에서 했다. 집에서 제일 가깝기도 하고 전화 상담에서 너무 친절하셔서 반해버렸…(소심쟁이라 불친절하면 쪼그라들어서.. 친절하면 너무 좋다 ㅎㅎ) 그리고 과잉 진료 없다는 후기들을 보고 두루로 갔다.
병원 도착해서 도도 중성화 수술과 잘린 앞발에 대해 몇가지 여쭤보고 수술을 잘 부탁드리고 나왔다. 사납다고.. 아직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고양이라고도 말씀드렸다. 허허허허허
오전 10시에 수술 예약을 잡은거였고 오후 2시쯤 전화가 왔다. 수술 잘 끝났고 회복중이라고 데리러 오셔도 된다고 하셨다. 친척 결혼식이 있던 날이라.. 양해를 구하고 4시에 데리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시간 맞춰 떨리는 마음과 함께 병원에 도착!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셨다. 한 두 번 정도의 출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래서인지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자궁이 부어있는 상태라고 하셨다. 피검사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게 나오고 신장도 부어있다고 하셨는데 그건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고양이라서 그럴 수 있다고 하셨다… 네?? 나이가 있다구요???? 얼굴이 동안이었나? 동물병원에서 추측하기로는 5-6살정도 됐을거라고 하셨다.. 네??? 많아야 한 두살 생각했는데 다섯살이라니.. 제일 놀랐다 ㅎㅎ
앞발은 위에 말한대로 엑스레이상으로 뼈가 날카롭게 잘린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잘린 후 자연적으로 살이 아물었는지 아문 부위에는 살만 있고 털은 자라지 않는다.ㅠㅠ 제일 속상했던 것은 이후에 도도가 살다가 더 나이가 들고 다친 다리쪽의 살과 근육이 빠지면 뼈가 살을 뚫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어깨부분까지 절단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절룩거리면서 걷는걸 보는게 속상한데 큰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니… 그래도 당장 필요한 수술이 아니고 만약의 경우라고 하셔서 한편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아프지말고 잘 지내보자!
녹는 실밥으로 수술하셨는데 저절로 떨어질거라고 하셨다. 사나워서 도도에서 물리셨다고… 죄송해요 쌤.. 녹는 실밥 감사합니다. 소독약도 주셨는데… 소독 못시키면 안해도 된다고 하셨다. 다행… 소독 못시켰다 ㅎㅎㅎ 넥카라 시도도 어려웠다. 겨우 했지만 빼버리고… 다행인건 도도가 수술부위를 전혀 핥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약을 잘 안먹을수도 있다고 하셨는데 엥? 츄르에 타주니 뭔지도 모르고 잘 먹는다 ㅎㅎㅎ 약 잘 챙겨먹고 열흘 뒤에 병원에 데려갔는데 여전히 사나워서 켄넬 안에서 진료를 봤다. 걱정했던 도도의 중성화 수술이 잘 끝났다. 수술 비용은 도도가 집에서 사는데 필요한 검사와 엑스레이 사진촬영비 등을 제외하고 중성화수술만 봤을때는 약 35만원이 나왔다. (2022년 10월기준) 암컷고양이가 수컷 고양이에 비해 수술비가 비싸고 회복기간도 더 길다고 한다.
함께 지낸지 70일 정도 지난 지금. 도도는 여전히 도도하고 예민하고 겁이 많다. 아직 거리를 두긴 하지만 밥 먹기 전에는 밥달라고 ㅎㅎ 만지게도 해주고 기분 좋을 땐 발톱도 깎게 해주고(다 깎게는 안해줌ㅋㅋ) 아주 기분이 좋으면 골골송도 불러준다. 요즘 기숙사 살던 남동생이 방학을 해 집에 내려와있는데 두달 동안 안보던 사람이 있어서 그런지 좀 예민해지긴했다. ㅎ 동생도 도도도 서로 어서 적응해서 안정을 찾길!
길고 긴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났다. 앞으로는 나와 같은 초보집사들을 위해 이런저런 고양이 상식이나 내가 공부한 것들을 공유해보겠다. 기대된다. 나의 고양이 도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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